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작은 언덕 도시 시기쇼아라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요새 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도시입니다. 파스텔톤 건물들로 가득한 골목길, 드라큘라 전설이 깃든 생가, 그리고 성벽과 시계탑이 만들어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유럽에서도 손에 꼽히는 감성 여행지를 만들어냅니다. 조용한 중세 도시의 매력을 담은 시기쇼아라 여행을 소개합니다.
성벽 마을과 시계탑 산책
시기쇼아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요새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구시가지는 12세기부터 독일계 색슨족에 의해 건설되었고, 이후 수백 년 동안 그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보존되어 왔습니다. 특히 성벽과 방어탑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마치 중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은 바로 시계탑(Turnul cu Ceas)입니다. 14세기에 지어진 이 탑은 시기쇼아라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로, 알록달록한 지붕과 정교한 시계 장식, 그리고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 전망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시계탑 내부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세의 생활 모습과 이 지역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탑 꼭대기에 올라서면 붉은 지붕의 마을과 주변 언덕, 성벽이 어우러지는 조망이 펼쳐져, 여행자들이 가장 감탄하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성벽을 따라 걷는 길도 이 도시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좁은 돌길, 고풍스러운 등불, 그리고 수백 년 전 그대로 남아 있는 가옥들이 이어지며, 어느 방향으로 걷든지 그림엽서 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이 산책길은 시기쇼아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이 될 것입니다.
드라큘라 생가 탐방
시기쇼아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곳이 블라드 체페슈(Vlad Tepes), 즉 드라큘라의 실제 출생지라는 점입니다. 역사 속 블라드 공은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통치자였으며, 강력한 통치 방식으로 인해 '체페슈(꿰뚫는 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실존 인물이 후에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 영감을 주면서, 시기쇼아라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죠. 그의 생가는 시계탑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노란색 건물로, 지금은 작은 박물관과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에는 드라큘라의 전설과 실제 역사에 대한 정보, 그리고 중세 고문기구 등도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운 체험이 가능합니다. 드라큘라의 탄생지라는 설정은 단순한 호러 관광지의 느낌을 넘어서, 루마니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은 전설 속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따라 골목을 걷고,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마치 영화 속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드라큘라 생가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시기쇼아라라는 도시가 가진 독특한 서사 구조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세 구시가지 골목 여행
시기쇼아라의 골목을 걷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시간 여행 그 자체입니다.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집들, 나무창틀과 돌담, 작은 정원이 어우러진 골목들은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아침이면 가게 앞을 쓸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이 조용히 펼쳐지고, 오후에는 예술가들이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저녁이면 노을이 건물 외벽을 붉게 물들입니다. 특히 학생 계단(Scholars' Staircase)은 시기쇼아라를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이 나무 계단은 당시 학생들과 신자들이 언덕 위 학교와 교회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로, 어두운 나무 지붕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고요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계단 위로 오르면 고풍스러운 교회와 공동묘지가 펼쳐지며, 언덕 아래로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골목길에는 수공예품 가게와 작은 갤러리, 책방, 카페 등이 곳곳에 숨어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합니다. 시기쇼아라는 대형 관광지가 아니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지 않고, 그만큼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를 천천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화려한 도시들과는 또 다른 소박함과 진심이 묻어나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처럼 시기쇼아라는 화려하진 않지만, 중세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특별한 도시입니다. 언덕 위 성벽과 시계탑, 드라큘라 전설이 스며든 골목길,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골목 풍경까지. 작은 도시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동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루마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감성 소도시를 찾는다면, 시기쇼아라는 분명 그 기대를 넘는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