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도시 시비우는 중세 독일계 색슨족이 세운 역사 깊은 도시로, 눈썹처럼 생긴 지붕 창과 정돈된 구시가지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파스텔톤 건물들이 둘러싼 중앙 광장과 돌길 골목,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시가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도시는 감성 여행지로도 매력적입니다. 차분한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건축이 어우러진 시비우의 매력을 소개하겠습니다.
눈썹 지붕과 구시가지 산책
시비우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지붕 위로 눈썹처럼 솟아 있는 창문들입니다. 마치 지붕이 사람의 얼굴처럼 여행자를 바라보는 듯한 이 독특한 창문은 '눈썹 지붕(Eyebrow Roof)'이라 불리며, 시비우의 건축적 특징이자 도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과거 지붕 속 창고의 환기를 위한 구조였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도시의 개성을 대변하는 시각적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눈썹 지붕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구시가지는 걷는 것만으로도 시비우의 정취를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구시가지에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좁은 골목길과 돌바닥, 나무 창틀, 창가에 놓인 화분들이 어우러져 따뜻한 유럽 소도시의 감성을 완성합니다. 특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각기 다른 색채의 건물들이 이어져,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게 만드는 도시입니다. 시비우는 관광객의 흐름이 비교적 적어 조용히 걷기 좋은 도시입니다. 소박한 가게, 오래된 책방, 공예품 상점, 그리고 카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길을 걷다 멈추는 순간마다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비우의 산책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따라 걷는 경험입니다.
하얀 광장 건물 감상과 대광장(Piata Mare)
시비우의 중심부에는 도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광장(Piata Mare)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광장은 15세기부터 지역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 거리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의 중심입니다. 특히 이 광장을 둘러싼 하얗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시비우의 단정하고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광장 한편에는 시계탑과 고딕 양식의 브루켄탈 궁전(Brukenthal Palace)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중세 유럽 회화부터 루마니아 근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입니다. 대광장에서는 의외로 소박한 카페들도 많이 운영되고 있어, 아침엔 커피 한 잔과 함께 광장을 바라보며 시작할 수 있고, 저녁에는 석양이 건물 벽면을 붉게 물들일 때 광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여운이 가득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음악 축제, 와인 축제 등 문화 행사가 열려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만날 수 있으며,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유럽의 일상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중세 구시가지 골목과 다리 위 풍경
시비우는 언덕 위와 아래로 나뉘는 상시비우(Upper Town)와 하시비우(Lower Town)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지역은 여러 계단과 아치형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마치 도시 자체가 거대한 성 안의 미로처럼 느껴지게 하며, 산책길마다 다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구조물은 바로 거짓말쟁이의 다리(Podul Minciunilor)입니다. 이 다리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주철 구조물로, 전설에 따르면 누군가가 다리 위에서 거짓말을 하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지금은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도 인기가 많으며,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 풍경은 시비우에서 가장 감성적인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다리를 건너 내려가면 비교적 한적한 하지구시가지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의 삶이 더 많이 묻어나는 공간입니다. 작은 시장, 동네 빵집, 조용한 공원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도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의 속도를 천천히 줄이며, 하루 이틀쯤 머물러도 좋을 만큼 시비우는 정돈된 중세 도시의 매력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이처럼 시비우는 크지 않지만, 하나하나의 거리와 건물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도시입니다. 눈썹 지붕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광장의 여유로움, 그리고 다리 위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풍경까지. 시끄럽지 않고, 조급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그 조용함이 여행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트란실바니아의 보석 같은 소도시, 시비우에서의 하루는 감성과 여유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