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창을 가진 도시'로 불리는 베라트는 알바니아 남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흰 벽과 갈색 지붕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층층이 이어져 장관을 이루며, 오스만 제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요한 오스만풍 마을의 정취
베라트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지는 마을입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언덕에 따라 빽빽하게 들어선 하얀색 벽돌집들입니다. 갈색 기와지붕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마치 건물마다 수십 개의 창문이 있는 듯 보여 '천 개의 창'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의 영향을 받아 건축 양식에도 이슬람과 그리스 정교의 흔적이 섞여 있습니다. 실제로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된 모스크와 교회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거리에는 알바니아 전통 복장을 입은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자갈길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어 시골 마을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여행자의 발길을 천천히, 더 오래 머물게 합니다.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아 조용히 사색하기도 좋고, 사진을 찍기에도 최적의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마치 한 편의 수채화 같은 마을, 베라트의 첫 인상은 그렇게 조용하면서도 깊게 남습니다.
베라트 성에서 내려다보는 전경
베라트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반드시 올라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베라트 성(Kala of Berat)입니다. 이곳은 기원전 4세기에 처음 건설된 고대로부터 내려온 요새로,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을 지켜온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성채 내부는 단순한 성벽이 아니라 실제 거주 공간으로 활용되었으며, 지금도 몇 가구가 성 내부에 살고 있어 살아 있는 유적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고성을 오르다 보면 붉은 벽돌길과 돌계단이 이어지고, 고대 성벽 너머로 펼쳐지는 베라트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해질 무렵, 황금빛 햇살이 하얀 건물 벽을 비추며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드는 순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고성 안에는 정교회 사원과 모스크, 박물관, 카페도 자리하고 있어 여유롭게 머무르기 좋습니다. 성벽 근처에는 알바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 중 하나를 소장한 온후피 성당(Onufri Museum)도 있습니다. 중세 비잔틴 미술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어 문화적 만족감도 큽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베라트를 대표하는 엽서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며, 직접 마주하게 되면 왜 이 도시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베라트 여행 팁과 주변 명소
베라트는 수도 티라나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당일치기 또는 1박 여행 코스로 인기가 높습니다. 대중교통도 잘 연결되어 있어 버스를 이용한 이동이 가능하지만, 보다 자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렌터카 이용을 추천드립니다. 마을 내에서는 대부분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며, 경사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어 걷는 즐거움도 큽니다. 베라트 중심지에는 지역 특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특히 '타베 코시(Tave Kosi)'라고 불리는 양고기 요구르트 오븐요리는 알바니아 전통 음식으로, 베라트에서 꼭 한 번쯤 먹어봐야 할 메뉴입니다. 저녁에는 강변 근처에 위치한 노천 카페에서 로컬 와인을 한 잔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세요. 분위기 좋은 조명이 더해진 밤의 베라트는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합니다. 또한 베라트에서 1시간 이내로 이동 가능한 오시우미 협곡(Osumi Canyon)도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협곡 트레킹이나 래프팅 체험이 가능하며, 베라트의 고요한 분위기와는 또 다른 역동적인 자연을 경험할 수 있어 여행의 다채로움을 더해줍니다. 이렇게 베라트는 짧은 여행지로도 좋고, 주변 자연과 함께 묶어 더 깊이 있는 일정으로 구성하기에도 매우 매력적인 곳입니다.